김현이 <행복의 시학>이라는 제목 아래, 바슐라르의 원형 개념을 쫓아가며 쓴 논문은 이렇게 끝난다.

내가 바슐라르가 금세기의 과학적 위기나 문학 작품 앞에서 한, 열린 작업을 다시 내 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한 마리의 형편없이 위축된 생쥐임을 느낀다. 닫힌 상상력 속에서 감히 미래로 열릴 것을 꿈조차 꾸지 못하는 비리비리한 한 마리 생쥐! 그러나 그 생쥐는 매일 바슐라르의 꿈을 꿈꾼다. 그것이 바슐라르적 모형이 보여주는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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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는 돗자리를 들고 산책을 간다. 해지기 전에는 언제나처럼 강 한 가운데서 거대한 물줄기가 솟구쳐 오른다. 이게 공중에 걸렸다 찍고 떨어지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고있노라면 가느다란 폭포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같은 착각에 빠지곤한다. 자연이 물을 공중에 걸어두는 방식에 대면 거칠긴 해도, 강가 풀밭에 앉으면 적당한 눅눅함과 시원함이 섞인 바람이 분다. 땅거미가 질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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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친구들과 구석자리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 하고있는 데 자꾸 뭔가 이쪽을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서, 문쪽을 보니 웬 길냥이가 문앞에 지방에 떡하니 서서 쳐다본다. 이 길냥이 안쪽으로 들어올까말까 고민하길레,

친구가 먹던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주니까 먹지 않길레, 이번엔 멸치를 하나 주니까 어걱어걱 씹어 먹더니 집안 구석구석을 조사하기 시작. 화분가엘 다니다가 화분하나 떨어트릴 뻔도하고, 옆으로 와서 앉아도 보고, 안을 몇 번 돌더니, 긴장을 완전 푼다. 하지만 길가에 낯선 사람 발소리에는 깜짝 놀라서 꼬리를 세우지만, 소리가 지나가면 곧 긴장 풀고... 떡하니-


 

냥이를 키워본적도 없지만, 이 길묘가 집안 조사를 반쯤 마치고 있을 때 우리는 이 길묘를 이미 '가만'으로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길냥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길냥이 응대 지침을 찾아보았으나 헛탕. 막차 시간이 다 되서도 바닥을 좋아하며 있어서 이 길묘를 밖으로 내보내진 않고, 물 좀 주고 문 닫고 집에 왔에 왔다. 돌아다니던 습성이 있을텐데, 답답해 하지 않을지. 혼자서 잘 잘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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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sm.

크게 가물다

2009/04/24 03:23 / 오래된 미래
요즘 어딜 가도 먼지 안 이는 곳이 없다. 인도는 타일이 여기저기 널브러져있고, 소방도로는 깎아내서 아스팔트를 새로 깐다. 길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건조하니 먼지가 더 하다. 티브이에서는 앵커가어디에 산불났다며 일 주일에 한 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도를 한다. 시내는 이미 바짝 말라서 물이 흐르던 바위에 뿌연 먼지만 쌓였다. 

지금은 가뭄이지만, 그다지 패닉에 빠질만큼의 가뭄은 아니다. 채소와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참외 한 알이 천원이다. 감자 한 알도 천원이다. 잎이 마른 작은 배추 한 포기도 천원이다. 사과 한 알에 천오백원이다. 식탁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비상등은 켜져도 돈을 더 지불하면 쌀과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다. 패닉에 빠지진 않는다. 

과학과 자본주의가 없던 삼국시대에 왕이 가뭄에 대하는 방식은 다채롭다. 신라의 왕들은 대부분 창고를 열어 궁휼하고, 하던 공사를 멈추고, 죄수를 용서해 주었다,고 한다. 늙그막의 진평왕이 한 번 용을 그려서 비를 빌었다. 백제의 왕들 중에는 무령왕이 유일하게 창고를 열었고, 그 외에는 신하들의 간청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대부분 방관하였다. 그 결과 백성들이 자식을 팔거나, 서로 잡아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의 왕들도 백제의 왕들과 가뭄에 대처하는 방식이 대동소이하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가뭄에 산불이 잦으면 왕이 기후제를 드리기에 이른다. 이것은 비과학적이긴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임에 틀림없다. 

한편으로 티브에서는 첨단의 기술과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갈 것을 예고하고, 인터넷으로 수잔 도일의 천사같은 목소리에 감동한다. 새삼 오붓한 마을쯤되는 과학이 잘 컨트롤 하는 지구가 간인된다. 하지만 지금 과학의 수준이란, 슈퍼컴퓨터를 써서 '맑음', '흐림', '비' 라는 33%의 확를 중 하나를 간신히 예측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제 가뭄이 와도, 대통령이 기우제를 드리지 않아도, 창고를 열지 않아도, 그저 식탁물가 잡으라고 호통을 쳐도, 누구도 삼국시대같은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자본은 자연의 변화에 대한 좋은 완충제 역할을 한다. 가뭄에는 그저 가격이 슬금슬금 오를 뿐, 쌀도 채소도 언제나 총각네 야채가가에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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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sm.

오늘 다소 상반되지만 두 가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읽었다).
그리고 알프레드 할아버지가 토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왠지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같았다.


"널 위해 내가 얘기 하나 해 줄까? 잠깐 앉아서 쉬자...비극 중의 비극이지.
아주 옛날에...국왕이 연회를 열었는데 국내의 미인들은 전부 초대를 받았지.
그런데 국왕의 호위 병사가 공주가 지나가는 걸 보았어. 
미인 중 공주가 제일 예뻤고 병사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하지만 공주와 일개 병사의 신분 차이는 엄청났지.
어느 날 드디어 병사는 공주에게 말을 걸었어. 
공주 없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야.
공주는 병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일 밤낮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대에게 시집을 가겠어요'.
병사는 쏜살같이 공주의 발코니 밑으로 달려갔어. 
하루, 이틀, 10일...20일이 지났지
공주는 창문으로 줄곧 봤는데 병사는 꿈쩍도 안 했어.
비가 오나,바람이 부나,눈이 오나...변함이 없었지. 
새가 똥을 싸도 벌한테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그리고...90일이 지나자 병사는 전신이 마비되고 탈진 상태에 이르렀어.
눈물만 흘릴 뿐이었지. 
눈물을 억제할 힘도,잠을 잘 힘도 없었던 거야. 공주는 줄곧 지켜보았어...
드디어 99일째 밤. 병사는 일어서서 의자를 들고 가버렸어"
"마지막 밤에요?"
"그래, 마지막 밤에.......이유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마라. 
네가 이유를 알게 되면 가르쳐 주렴..."
-시네마 천국 중에서

99일동안 병사는 꿈을 꾸었다. 행복한 99일은 하루보다 짧다. 
마지막 하루. 꿈이 끝나고, 현실이 시작되는 찰라의 이 하룻밤은 99일보다 길다. 어쩌면 영원보다. 
병사는 자신의 꿈을 그 자리에 두고,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설령 병사는 공주의 미모에 충격을 받았을지 몰라도 공주는 이 병사의 어디에 충격을 받는단 말인가.  
아무리 때빼고 광내도 군바리는 군바리일 뿐.
도도한 공주에게 보잘 것없는 병사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충격은 99일째 밤에 떠남으로써 달성된다.
이 충격은 원망섞인 비수이거나, 자기를 기키기 위한 방패이거나. 

그러므로 병사가 떠나고, 알프레도가 떠나고, 토토가 어른이 되어도
공주의 창문, 그 앞 병사가 지키고 서있던 자리는 여전히 거기 있다.

아.. 봄 바람을 잡아서 예쁜 병속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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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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